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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단상

네팔에는 가축에도 계급이 있다?

네팔에서 가축은 발에 차이는 돌멩이만큼이나 흔하다. 어딜 가나 산만한 덩치의 소를 비롯해 당나귀, 닭, 개 등의 가축이 사람과 한데 뒤 섞여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돼지는 보기 힘들다) 도시 전역에서 방목을 하는 셈이다.

시골에서 우리를 만들어 가축을 기르는 우리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는 힌두인의 나라여서일까. 가끔 가축 사이에서도 신분(?)의 차이를 느낀다.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대접이 각기 다르다는 얘기다.


종교적 이유로 신성시되는 소는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누린다. 느릿느릿 거리를 활보해도 누구 하나 소를 몰거나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 다들 소를 피해 둘러갈 뿐. 심지어 도로를 막아서도 운전자들은 소의 행렬을 가만히 지켜본다.


개 팔자도 상팔자다. 네팔에서 개를 묶어 키우는 경우는 없다. 이들은 낮이건 밤이건 골목을 누비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단잠에 빠져들곤 한다.


힌두인의 나라 네팔. 이곳에선 가축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 종교적 이유로 신성시되는 소에 비해 당나귀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등짝이 휘어지도록 많은 짐을 실은 당나귀 무리가 히말라야를 넘고 있다.


남은 건 당나귀와 닭,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불행한 가축이다. 이들의 우열은 히말라야에서 갈렸다.


수천 미터의 히말라야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네팔인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교역을 위해 당나귀를 이용한다. 교역품은 주로 닭이나 쌀, 건축자재 등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닭장을 실은 당나귀가 유독 많다. 등짝이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닭을 싣고 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무정한 상인은 힘에 겨워 마른 콧김을 쏘아대는 당나귀에게 가차없이 회초리를 든다. 당나귀에 실려 편히 산을 오르는 닭의 삶이 그나마 나아 보이는 이유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가련한 당나귀를 보고 속으로 빌었다.


"다음 생엔 부디 소로 태어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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